感評2010. 8. 1. 09:44

팔콤 간만의 신작. 이스 seven 이후로 근 1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인데, 지금까지 팔콤에서는 없었던 것 같은 캐릭터 보너스 게임 쪽에 가깝다. 이스 7의 엔진, 시스템으로 나온 대전형 액션 게임.
이스 혹은 궤적 양 시리즈의 팬들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요소는 만재해 있으나, 그것 뿐이라면 그것 뿐인 시스템. 필드가 제법 있다고는 하지만 그다지 넓지 않다는 요소로 인해 각 스테이지마다 크게 다른 점을 느끼기는 힘들다.
캐릭터 게임에 CV를 기용했지만, 크로스오버로 독자적인 시나리오를 구축했다기보다는 '만났으니 일단 붙고 보자' 식의 느낌이 너무 강하다. 대사량과 내용은 굳이 비교하자면 저 먼 옛날에 패미콤으로 발매되었던 제 2차 슈퍼로봇대전 정도의 크로스오버랄까, 아니면 대사량이나 액션이라는 장르라고 생각해보면 KOF 정도의 느낌도 든다. 시나리오 모드는 준비가 되어있긴 하지만 캐릭터별로 차이가 있다기보다는 배틀 순서와 몇몇 대사의 차이 정도. 뜬금없는 대면과 뜬금없는 크로스오버 등등이 산재해 있어 피식 하고 웃고 넘어갈 정도는 되지만 흥미진진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시나리오를 기대하고 플레이하려 했다면 에러.
시스템은 이스 seven을 개량하였기에 스피디하게 치고 달리고 하는 재미가 있기는 하다. 이스 seven에서 가드 원버튼으로 나오면 큰일나겠네, 라고 했었던 것도 실제로 이번에는 원버튼 가드인데, 매우 편리하게 다 튕겨낼 수 있으나 저스트 타이밍 가드의 이점도 존재하고, 스태미너가 떨어지면 가드가 풀리는 요소도 존재하는 등의 시스템 도입으로 어떻게든 해결. 이 시스템으로 대전을 하게 되면 꼬리물기나 가드공방, 눈치보기 등등을 하게 되는 것도 나름의 심리전. 격투게임 느낌으로도 충분히 플레이 할 수 있다.  따지자면 좀 스피디한 근접전 중시 사이킥 포스계라고도 볼 수 있고. 엔진이 이스 seven과 똑같기 때문에 오브젝트 그래픽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만. 대신에 스피디한 로딩 등은 칭찬해 줄 만 하지만, 이래저래 귀찮은 요소들도 좀 있기 때문에 게임 진행이 매우 쾌적하다고는 할 수는 없다. 물론 딱히 불편한 점도 없긴 하지만 조금 더 신경써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부분은 군데군데 존재한다. 돈 주고 레벨을 살 수 있는 시스템은 편의라면 편의. 최고 레벨의 나이트메어가 목표가 아니라면, 시나리오 모드는 레벨로 밀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게임을 못 하는 사람도 클리어 자체는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배려한 시스인 듯도...한...가...
음악은 155곡 삽입. 아마도 이번작의 의의는 과거 곡들을 어레인지 한 곡들 정도에 있지 않나 싶다. 진도부터의 jdk와 jdk밴드의 방향성을 읽어왔다면 그냥 그렇구나 하는 정도의 어레인지이긴 해도, 크로니클스 같은 망조는 안 뿌렸다고 봐도 된다. 물론 게임 내에 삽입된 이스 I&II의 음악 중에 크로니클스 버전이 있다는 건 약간 짜증나는 요소긴 했나 싶다.
시리즈의 팬이라면 그냥 캐릭터들이 나와서 성우도 있고 몇 마디씩 재잘거리면서 싸우는 느낌으로 넘어갈 수는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시스템이 아무리 할만하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캐릭터 게임 개념의 게임이라고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딱히 세일즈 포인트가 없는 셈이다. 핸디를 줄 수 있다고는 해도 동 레벨에서의 밸런스가 매우 좋다고는 하기 힘들더라. 가뜩이나 있는 것 같지도 않은 시나리오의 끝이 결국은 제로의 궤적 잘 부탁, 좀 팔아주세요 좀있으면 나옵니다 - 인 것도 좀 그렇긴 하다. 로이드를 내보낸다고 할 때 부터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어디까지나 팬 디스크라고 생각하고 즐기면 할 만 하다. 콜렉션이나 음악을 이런 식으로 삽입했다는 점에서는 호오가 갈릴 수는 있겠거니 하지만 플레이타임을 늘리기 위한 방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게임을 살 정도의 팬의 대다수는 아마도 삽입된 곡들(신곡 말고)의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있을 거다. 굳이 돈을 주고 해금하라는 건 좋은 요소는 아니지 싶다. 컬렉션 역시 마찬가지.
여전히 환율 때문에, 국내에서 이 게임을 제 가격 주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싶다.

P.S. 미셸 성우가 뜬금없이 이시다 아키라인 건 움찔하긴 했다. 드라마CD판에서는 마일이 이시다였고 미셸은 마쯔모토 야스노리였거든...이 양반이 좀 위대하긴 하지만 뜬금없이 이 양반만 딸랑 시나리오에 나오는 것도 웃기는 얘기긴 하다. 그렇게 따지면 로이드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사실 애초에 공개된 이름이 라삐-인데서 예측하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밀어버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시나리오는 정말 충격과 공포까지는 아니지만, 마음에 안 드는 요소가 너무나 많다. 개인적으로는 이럴 거면 아예 시나리오가 없었으면 하는 느낌도 든다. KOF나 CVS/SVC의 대사 느낌으로 가는 게 더 좋았을 지도 하는 느낌이다. 나중에 차라리 정통RPG나, 아예 로봇대전 느낌의 SRPG로 이런 크로스오버를 한 번 더 만들어 줬으면 하는 느낌이 있다. KOF94는 지금 생각해보면 병신같지만 그 당시엔 그 병신 나름대로의 희열은 있었지...
Posted by firet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