感評2010. 10. 5. 23:56

영웅전설 ~ 제로의 궤적 오픈 케이스

영웅전설 ~ 제로의 궤적 2010, Nihon Falcom(c)


간만의 신작이라고 했던 VS에 이어 빠르게도 나온 팔콤의 신작 제로의 궤적(이하 제로), 그것도 영웅전설. VS에서 광고를 하는 듯 했었기에, 어떤 건지 보기나 보자...라고 플레이, 1회차 엔딩에 약 40시간 정도 (최종전 직전 세이브가 38시간 가량) 소모.
궤적 시리즈의 후속이라는 느낌에다가 하늘의 궤적(이하 소라)이 끝났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타이틀을 제로로 바꾼 느낌 정도다. 그렇지만, 타이틀을 바꿔야 했다면 굳이 이런 방식으로 전개를 했어야 하는가 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 소라와의 연계 쪽은 특히 더 그렇다고 본다. 뜬금없는 부분이 너무 많고, 소라 3부작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내용이 너무 많다. 차라리 그 쪽을 배제하고 이 작품의 캐릭터들과 사건에 집중한 다음 이어지는 작품에서 완전한 연계를 해 냈어야 했다. 어차피 이 작품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없으니까. 이 사건에서 던진 단서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소라에서 뿌렸던 단서가 뜬금없이 되돌아오는 등, 왜 지금 이래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플레이하면서 계속. 시나리오의 줄기 자체는 괜찮은 편이지만...
그래픽은 PSP를 의식하고 만든 것이니 만큼, 기기 성능을 생각해보면 납득할 만 한 수준이고, 시스템 자체는 소라의 마이너 업그레이드이므로 그냥저냥 편의점 몇 가지가 추가되고 레이아웃이 좀 더 볼만하게 바뀌었다는 정도. 음악은 어디까지나 궤적 시리즈. 소라가 3부작을 거쳐가며 가가브에서 다음으로 넘어가는 이미지를 담고 있었다면 제로의 음악은 이제 궤적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만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 소라 쪽의 모티프를 차용한 곡들도 있기도 하다. 귀에 거슬리는 음악은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마음에 드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필드 음악에서 하나, 배틀 음악에서 하나 정도가 마음에 드는 정도. 소라에서도 그랬듯이 "그 분위기"의 라스트 배틀 음악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고 ... 진도-타케이리 체제 이후로는 항상 이렇다. 세부 텍스트 내용 마음에 안 들고, 라스트 배틀 음악 임팩트 없고... 크로스벨에서 특정한 마을 음악보다는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은 나름 신선.
소라를 플레이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뜬금없고, 소라를 플레이했던 사람들에게는 왜 여기서 이래야 하는가 하는 문제점만 빼면 그냥저냥 문제는 없을 수준의 게임이다. 안정적인 재미와 레벨 디자인은 여전한 회사의 게임이다 보니 플레이하는 감각 자체는 꽤 괜찮다. 하지만 타이틀이나 클리어 후 특전 획득을 위해 여러 번 플레이하라는 의도를 대놓고 드러내는 점은 딱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조금만 더 신경을 쓰거나, 차라리 후속작을 완전히 기다리도록 하는 소라 FC의 방식이 더 나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왤까. 소라에서는 굉장히 만족했기에, 제로의 이 애매한 내용과 결말들이 너무 아쉽다. 나쁘진 않지만 기대치에는 충족하지 못한 느낌.

P.S. 루머로 떠돌던 두 가지 계획에 따른 그것과는 굳이 관계가 없다고 봐도 된다. 물론 뒤에서 어떤 설정을 추가할 지는 모르겠지만.
2회차 이상에서 추가되거나 약간 바뀔 내용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없어 보인다. 2회차 이상 클리어 후에, 다시 얘기를 해 볼 수 있으면 할지도 모르겠다.

P.S.2. 소라에서부터도 나눠서 냈지만, 계속 이어지는 게임이라고 해도 그 스케일이 딱히 큰 것은 아니더라. 아마도 이번에도 그럴 것 같다. 가가브는 하나하나가 스케일이 있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는데, 궤적 시리즈는 이상하게도 스케일이 너무나도 작다는 느낌을 계속 주고 있다.
Posted by firet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