感評2009. 10. 6. 22:32

간만에 등장한 Ys의 정식 넘버링 후속작. 애매하게도 PSP라는 콘솔로 나왔다는 것이 또 희한하다. PSP로 Ys6이나 반다이제 가가브 트릴로지, 혹은 직접 하늘의 궤적 시리즈가 나왔던 것과도 일맥상통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페르가나, 오리진의 경우로 생각해 봐서 PC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결국 나온 것은 PSP.
게임 볼륨 자체가 기존 시리즈에 비해 제법 큰 느낌이다. 비교적 최근 시리즈인 6이나 페르가나, 혹은 오리진의 경우도 15시간 이내에 플레이할 수 있었는데, 서브퀘스트를 포함하지 않아도 20시간 전후의 플레이 타임은 기존 시리즈에 비해 많이 높은 편. 서브퀘스트가 있다는 점은 나름 괜찮을 만도 하지만, 단순히 명시적으로 서브퀘스트를 게임 내부에 내 놓은 것 정도만이고 사실은 이전 시리즈에도 이런 서브 퀘스트가 없진 않았기에 별로 신선하진 않고, 딱히 재미가 있는 퀘스트들도 없다. 이런저런 보너스 요소도 딱히 흥미 요소를 유발하진 않고, 퀘스트를 해결했을 때의 보상이 대부분 일률적이거나 흥미가 새는 정도다. PC98판 주홍물방울의 알선소 그 이하. 하늘의 궤적 시리즈 정도라면 합격선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이 정도로는 전혀 감흥이 없고, 해결해야겠다는 의지도 생기지 않는다.
대신 메인 시나리오는, 이쯤에서 끝나겠지 하는 스타일에서 전환점을 줘서 좀 더 이어가는 이야기가 되는데, 이 쪽이 나쁘지 않아서 20시간 혹은 그 이상의 타임이 억지로 늘려놓았다는 감각은 딱히 들지 않는다. 초반의 이야기를 조금 더 끌었다고 치면 게임을 가를 법도 한 게 최근의 팔콤이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다는 것도 나름 괜찮은 선택. 짧지도 않고, 지루하지도 않은 시점에서 끊어준다.
3인 파티라는 게 이 시리즈 치고는 흥미로운 변경점이지만, 어디까지나 Ys라는 한도 내에서의 이야기. 소재 모으기나 이런 파티 시스템은 Zwei 시리즈에서 약간 발전한 그런 느낌으로 봐도 괜찮다. 팔콤 게임에서 이런 것이 부가적으로 들어와 있을 때는 하면 좋고 안 하면 그만 정도의 느낌으로, 어디까지나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른 것이고 게임 진행과 클리어에 필수 정도로 되는 자금과 소재 정도는 일직선 플레이에서도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면 강점. 여러 모로 메이저 체인지같이 보이는 시스템의 변경도, 플레이 감각 면에서는 이 시리즈를 계속 해 왔던 사람 혹은 이 회사의 게임을 계속 플레이해 왔던 이라면 무리없이 적응할 수 있는 마이너 정도의 체인지다. 사실상 게임의 대부분은, 예전에 흘러가던 감각과 크게 차이가 없다.
이스 시리즈에 가지는 기본적인 기대감 정도는 충족시켜 줬고, 프로모션 무비에서 드러났던 불안감이나 실망감은 충분히 상쇄해 줄 만큼의 게임은 이끌어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 정도의 게임이고, 여러 모로 불완전한 요소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것은 이런 것들을 보완해 PC판으로 낼 것인가 하는 의문을 남기게 되었다. 어디까지나 할 만한 평범한 게임 레벨이지, 명작 반열에 들어가기엔 부족한 감이 군데군데 많이 보인다. 시리즈의 팬이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만한 수준.
이 게임을 발표할 때 멀티플랫폼으로 전개한다고 발표한 것에 기대를 많이 했던 감이 없지않아 있는데, 이대로라면 다시 불안해질것만 같다. IR 정보에서 굳이 VII와 seven을 구분해서 멀티플랫폼 전개를 해 나간다고 했었는데, VII의 한 작품이 seven으로써 PSP로 발매된다고 가정했던 정보는, 이제 기대감과 불안감이 혼재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회사의 팬이라 타이틀에 걸린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에 여러 모로 불만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소프트 가격이 PC로 나왔을 때 보다 싸고, 회사 규모를 생각하면 납득이 안 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굳이 이 환율에 이 정도의 게임을 제 값 주고 사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
(글을 쓴 이 시점에선 이미…)
Posted by firetina